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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2

[명예훼손 방어] 가해자로부터 명예훼손 고소당한 피해자의 억울함 풀어내기

사기 피해를 알렸는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면?
무혐의를 이끌어 낸 2가지 주장

“제 피해 사실을 알렸을 뿐인데,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습니다.”

범죄 피해자가 오히려 피의자가 되는 일이 있습니다.
제가 당사자였다면 피가 거꾸로 솟았을 일입니다.

제가 과거 담당했던 사건도 그랬습니다.

안녕하세요, 세종시 법률사무소 충녕의 채홍윤 변호사입니다.

제가 담당했던 사건의 의뢰인은 사기 피해를 당했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행위를 이어갔습니다.
그럼에도 수사는 좀처럼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저희 의뢰인은 또 다른 추가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그분들께 자신의 상황이 이입 되었을 것입니다.
결국 상대방의 실명과 사기 수법을 인터넷에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은 오히려 의뢰인을 명예훼손, 업무방해, 모욕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피해자였던 의뢰인이 졸지에 피의자가 된 것입니다.

가해자 때문에 두 번 울게 된 피해자를 보며 참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사건에서 두 가지에 집중했습니다.

바로, 1. 표현 내용이 허위가 아닌 진실한 사실이고
2. 공익을 목적으로 했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현재 상황에서의 유일한 대비책입니다.


1. 첫 번째 핵심, 진실한 사실임을 입증했습니다.

사실을 말했더라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명예훼손죄에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타인의 명예도 보호해야 하지만, 발언자의 표현의 자유도 보호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 가치를 적절하게 저울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한 이유로 형법 제310조는 진실한 사실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알린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합니다.

허위의 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가차 없이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진실한 사실인 경우 조금은 더 따져보자는 것입니다.

따라서 의뢰인이 공개한 내용이 진실한 사실임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의뢰인의 문제는 문제는 상대방의 사기 혐의가 아직 수사 중이었다는 점입니다.

저는 별도의 사기 고소를 대리하는 수준으로 증거를 수집하고 정리했습니다.
의뢰인의 피해 사실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유사한 수법이 사용되었다는 정황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단순히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객관적인 자료로 의뢰인이 공개한 내용의 진실성을 증명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2. 두 번째 핵심, 공익 목적을 입증했습니다.

의뢰인이 글을 올린 이유는 단순히 상대방을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의뢰인의 글을 읽고 다른 피해자들이 연락해 왔습니다.

상대방은 피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접근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들은 자신 외에 또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의뢰인의 글을 계기로 피해자들이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것입니다.

저는 피해자들이 보내온 댓글과 DM, 각각의 피해 정황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의뢰인의 글이 다른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변호인 의견서에 담았습니다.

자료의 분량은 사실상 단체소송을 준비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다른 피해자분들의 피해내역까지 정리해서 제출해야 했으므로)

그러나 의뢰인이 왜 그 글을 작성했는지 보여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었습니다.


3. 명예훼손·업무방해 무혐의, 모욕은 아쉬움

수사 결과, 의뢰인은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습니다.

명예훼손에 관해서는 진실한 사실과 공익 목적이 인정되었습니다.
업무방해에 대해서도 해당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업무방해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어야 합니다. 허위 사실이 아님을 인정 받았기 때문에 업무방해도 성립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모욕 혐의는 달랐습니다.

상대방을 비난하는 일부 표현이 모욕에 해당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일부 표현은 혐의없음 판단을 받았지만, 나머지 표현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고 선처를 구해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명예훼손과 모욕은 구별해서 대응해야 합니다.

진실한 사실을 공익 목적으로 알렸다고 해서 모든 모욕적 표현(욕설, 비방 등)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타인에 대한 욕설, 비방까지는 표현의 자유로 보호할 수 없기 때문에 상대방의 명예를 더 보호할 필요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한 일환으로 이 사건에서 집중했던 형법 제310조는 모욕죄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억울한 범죄 피해를 당했더라도 감정적인 표현이나 상대방에 대한 공격은 신중해야 합니다.

이에 대하여 이해하기 쉽게 아래 표로 그려보았습니다.


마치며 | 피해자가 두 번 억울하지 않도록

이 사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의뢰인의 마음이었습니다.

사기 피해를 당한 것도 억울한데, 다른 피해자를 막으려다 오히려 피의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자료를 정리하면서 의뢰인이 얼마나 답답했을지 생각했습니다.

저에게 이 사건은 단순히 명예훼손 혐의를 벗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건은 1) 실제 피해자였던 의뢰인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게 하는 것 뿐만 아니라, 2)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상대방이 아니라 의뢰인임을 증명하여 그분의 상처와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는 과정임을 이 사건을 통해 배웠습니다.


이처럼 피해자가 가해자로 고소당한 경우, 두 번 억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변호사의 역할입니다.
이 사건을 통해 배운 마음가짐으로 앞으로도 계속 믿고 찾아 주신 분들과 함께 할 예정입니다.

그렇게, 가해자가 되어버린 피해자의 일상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는 저와 법률사무소 충녕이 되겠습니다.